석문호흡

수련체험기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고 싶다

글쓴이: 허석재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고 싶다.




석문호흡 수련을 한지 8년...

수련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나 자신과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통한 행복이었다. 이러한 행복을 찾는 방법은 어쩌면 쉬우면서도 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고 싶다.”

석문호흡 수련을 하기 전의 나는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서 언제나 좋은 것을 선택하면서 살았었다. 그 좋은 것에는 빠른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것과 빠른 것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뒤를 돌아보면 결과는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석문호흡 수련을 하면서 나의 인식수준이 상승하면서 나 자신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게 되었다.

또한 석문호흡 수련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 그렇기에 누구나 남녀노소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와식부터 누워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와식수련을 통해서 호흡과 심법, 이완, 집중을 배워서 단전 자리를 만들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단계가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얼마나 충실하게 자신의 수련과 삶을 체득하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와식부터 양신까지 더 나아가 자신의 근본자리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며 그 모든 과정을 수행이라는 道(도)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이런 의미에서 삶도 석문호흡 수련처럼 과거, 지금, 나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 너머까지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과 나의 존재라는 전체의 과정 속에서 바른 것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일 것이다.

그렇기에 빨리 무엇을 이룰 필요는 없는 것이며 과정 속에서 내가 겪는 모든 것은 하늘에 의해서 안배되어 있는 것...

힘듦과 고통, 괴로움들도 이를 통해서 내가 정화, 순화, 승화를 통하여 성장, 성숙함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늘의 안배이니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생각하면서 매순간 순간에 충실하면서 천천히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반대로 즐거움, 행복, 기쁨들도 차근차근 과정 속에서 충분히 누려야만 완성에 이르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란 존재는 적응을 잘 한다. 그렇기에 훈련을 통해서 성장 및 성숙함으로서 자신의 존재성과 존재가치를 찾아가는 것일 것이다.

큰 괴로움이나 힘듦을 겪으면서 이겨나가면서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작은 것들은 괴롭다거나 힘듦이라고 인식하지 않게 된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을 해왔던 사람에게는 운동장 10바퀴 정도 달리는 것을 힘들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언제나 큰 목표를 선택하고 힘든 것을 먼저 해버리는 성향이었다. 하지만 그 힘듦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는 허무함만이 남아있었다.

흠... 석문호흡 수련을 하면서 깊은 호흡과 몰입을 통해서 내가 인지하지 못 했던 수많은 나 자신과 만나고 너무나 쉽게 흘려보내 버렸던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내가 얻은 수많은 결과들이 지금의 나라고 할 수 있지만 왜 허무함이 남아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내 껍데기일뿐 나의 진정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나의 존재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요리사는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성과 존재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이 만든 맛있는 요리인가? 그 요리를 통해서 받은 상이라는 결과물이 그 요리사의 존재성을 나타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게 일반적인 사회에서의 보편타당한 원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리나 상보다는 요리 실력이 아닐까? 편법이나 낙하산인사처럼 갑자기 요리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접시닦이와 야채다듬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 충실하였기에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그 과정을 격려하기 위해서 상을 주는 것이지 않은가? 단순히 요리와 상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면 다시 필요할 때 똑같은 요리를 만들라고 한다면 만들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였다.

실력도 없으면서 소 뒷발에 쥐를 잡듯이 운이 좋아서 어쩌다 맛있는 요리나 만들어서 상을 몇 개 받다보니 기고만장해져 있었을 뿐이었다. 과정 속에서 나의 성장과 성숙은 이룰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힘든 과정을 끝내버리고 빨리 쉽게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매사가 건성으로 그냥 흘려버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잃어버린 것 중에는 행복도 있었다. 큰 행복을 선택하다보면 작은 행복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초코렛과 수박은 단맛의 차이가 있을 뿐 둘 다 단 음식이다. 그런데 초코렛을 먼저 먹고 수박을 먹으면 너무나 강한 초코렛의 단맛때문에 수박의 단맛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시원하고 향긋한 수박의 단맛이 맛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반대로 수박을 먼저 먹고 수박의 맛을 충분히 누린 후에 초코렛을 먹으면 두 단맛을 다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의 원칙은 너무나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정을 소중하고 충실하기 보다는 좋은 결과만 빨리 만들어내고 성급하게 눈 앞에 주어진 큰 결과만을 선택하는 삶이 아니라 넓고 깊고 멀리 내게 주어질 것들을 관조하고 한걸음 한걸음 정성스럽게 나아가면서 현재에 나에게 주어지는 작은 것들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준비하는 것...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나에게 주어질 하늘의 역사와 이를 위해서 나를 훈련시키려는 일련의 하늘의 안배를 믿고...

그런 안배를 보고 느끼고 알 수 있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함으로서 훗날 나에게 주어질 천명을 위해서 나를 믿고 당당히 나아가는 것...

하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였듯 그렇게 작은 것 하나 하나까지도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하늘의 새밀한 안배를 충분히 누리고 따르는 삶... 단지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좋든 나쁘든 하나 하나의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 그 안에서.... 그 과정 속에서 순간 순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

이런 삶을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석문호흡 수련을 통해서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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