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유기萬物有氣란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는 기가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입니다.
기는 천지만물의 근본으로 어느 것 하나도 기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양손을 뜨겁게 비벼보세요. 뜨겁게 느껴지는 그것을 우리는 온기溫氣라 합니다. 거기에 ‘온’자를 빼면 기인데, 차가운 냉기, 뜨거운 열기 이 모두가 기에 대한 감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다소 어려운 말이지만 이러한 기는 도광영력道光靈力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광영력은 세상 만물의 근본을 이루는 ‘창조의 빛’을 말합니다.
기와 세상 모든 만물이 이 빛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기는 삼라만상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수련을 하는 분들은 이러한 기운을 나름대로 터득하여 다양한 기운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기운의 느낌을 기감氣感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감은 상황마다, 사람마다 달라서 그 가짓수가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많습니다. 그럼 수많은 기의 종류에서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생명활동에 좋은 영향을 주는 기와 나쁜 영향을 주는 기로 구분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인간의 생명활동에 좋은 영향을 주는 기는 크게 생기와 진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가, 근원의 빛에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할 때, 보다 물질에 가까운 것을 생기生氣라 하고, 빛에 가까운 것을 진기眞氣라고 합니다.
진기는 석문단전에서 생성되는 근원적인 기를 말하고, 생기는 우리가 생명을 향유하기 위해 먹고 호흡하며 활동하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 일반적인 기운을 일컫습니다. 생기는 굳이 우리가 수련을 하지 않아도 하루에도 수십 차례 각 경락들을 유주하며 생명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끔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단전호흡을 할 때에 석문혈에 단전이 정확히 자리 잡지 못하면 근원적인 진기를 얻지 못하여, 생기적인 차원에서 수련이 진행되는데 이것이 수련의 한계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생기와 진기의 이해는 경험의 문제이므로 실제 체험으로 체득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련이 깊어 빛을 빛으로 볼 수 있을 때 진기와 생기를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는 기감, 즉 기를 느끼는 감각으로 먼저 이해를 할 뿐이지요.
여기서 조금 알기 쉽게 비유한다면 생기와 사기(나쁜 기)가 밝고 어둠의 차이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진기와 생기 또한 그만큼의 밝고 어두운 차이가 있습니다. 수련을 통해 진기를 얻어 자신의 빛을 밝히면 천지와 그 밝음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생명활동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기는 크게 탁기와 사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탁기는 생기가 정체되어 변질된 기(탁해진 기)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생기의 흐름에 방해를 주는 어혈과 같은 기입니다. 사기는 탁기가 오래되어 변질된 기(나쁜 기)로 생명의 흐름에 방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기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함으로써, 정상세포와 근육을 굳게 하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둘 다 신체에 불필요한 기이므로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마사지나 지압으로는 어혈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탁기나 사기도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수련자의 경우 나쁜 기들을 심법을 이용하여 빼낼 수 있는데 오래 정체되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꾸준한 수련을 통해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 허기虛氣라는 것도 있는데 상념이나 최면, 이미지 상상 등으로 생깁니다. 이는 작용은 있으나 실체는 없는 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