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석문호흡 좌식 체험기

글쓴이: 박소연



18개월간의 와식 수련을 끝내고 시작한 좌식이니 당연히 기뻤다. 도각법을 배우고, 한 3일가량을 아무것도 못하고 몸져 누워있었지만
'어떻게 앉은 건데' 하면서, 도장에서 와식을 시키는 날이 아닌 한, 절대 눕지 않았다. 솔직히 와식,좌식때는 특별한 기감도, 몸이 나아진는 뚜렷한 자각도 없었다. 수련이 좋았지만, 확실한 체득은 부족했기에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한 구석은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좌식 수련에 하루하루 집중했다. 와식 때는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좌식이 되니 음식을 삼키는 것은 조금씩 가능해졌다. 물론 좌식 1달이 지나고, 또다시 토사곽란과 함께 온 몸의 마디마디 끊어지고, 복부와 머리가 터져나가는 고통이 찾아와서 한 2주가량을 아무것도 못하고 신음하면서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몸은 여전히 아프고, 수련에 대한 확신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또 수련 말고는 기댈 수 있는 다른 것은 없었다. 좌식 때는 6개월 정도 자기점검 기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안그래도 수련 못하데, 점검까지 못받으면 수련이 더 엉망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었다. 그 걱정은 기우였고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점검을 하니 무엇보다 진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식을 오래하면서 ‘와신’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나는, 항상 수련을 못한다는 압박과 자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아예 점검을 안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진도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수련 자체에만 집중하니까. 이때의 재밌었던 경험을 떠올리면, 도장에서 자율 수련을 하면서 물소리 때문에 고민했다. 나는 와식 때부터 너무 집중이 안되서 고생했고, 본수련 때 행공 물소리를 틀면 자꾸 그 행공 번호 소리에 수련을 할 수 가 없었다. 헌데, 본수련 물소리를 틀면 다른 도반이 행공을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냥 집에갈까 하다가, 이런 상황을 지로사에게 말하면.. ‘그것도 뛰어넘으세요’라고 할 것 같았다. 결국 다른 도반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행공 물소리를 틀고, 이렇게 집중이 안되는 내 자신을 뛰어넘어 보자 싶었다. 처음엔 번호소리에 거슬렸지만, 그럴수록 단전에 깊게 더 몰입하려 했다. 마음이 갈팡질팡했지만, 어느덧 내 자신은 깊게 수련에 몰입해가고 있었다. 결국 행공 물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정도로 수련에 몰입했고, 눈을 떠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원래 집중 잘하는 사람에겐 별일 아니겠지만, 내 경우 너무 기특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행공 소리를 틀어놓고 내가 1시간 넘게 본수련을 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아!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정말 나도 하려고 마음먹으면 되는구나’하고 너무 놀랐다. (물론 지금은 도장 밖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크게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



또 신기한 몸의 명현도 겪었다. 어느날 허벅지 위쪽에 빨간 반점들이 올라오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몇달뒤에 보니 그 빨간 반점들이 줄을 지어 계속 나면서, 무릎 쪽으로 내려왔다. 더 몇달뒤에는 종아리와 발목을 지나 발바닥 까지 갔다.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지원장님께 말씀 드리니 신장 경락상의 반응인 것 같다고 하셨다. 책을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책 속의 경락 위치 그대로 빨간 반점들이 경락 위치 상으로 나있었다. 신장 때문에 수년간 고생하신 엄마의 몸과 많이 닮아있는 내 몸이, 신장의 사기를 뽑아내는 명현을 했나보다. 그러면서, 우리 수련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때 사진을 못찍었는데, 앞으로 말로는 믿기 힘든 명현이 일어나면 사진을 찍어두면 수련에 대한 증거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좌식 수련을 하면서 선역장님의 수련이 궁금했다. 지원장님께 물으니 ‘그 정도 경지이신 분이 수련과 삶의 경계가 따로 있겠습니까. 삶이 수련이고, 수련이 삶이겠죠’라는 대답을 듣고 너무 놀랐다. 어떻게 삶이 수련이고 수련이 삶일 수 있을까 하고.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는데, 그정도는 못해도 의수단전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수련을 하지 않을때도 항상 의식을 단전에 두려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수련과 나에 대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기점검 기간 6개월을 재밌고 알차게 보냈다. 그러면서 어느 날, ‘나는 왜이렇게 자신이 없고 나를 믿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지로사에게 말하니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보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아, 남이 알려주는게 아니라 내가 찾는거구나’하면서 한참 수련을 하다보니, 자기점검 후 첫 점검 받기전에 떠오르는 대답이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였다. 그 대답이 떠오르고, 자기점검 후 첫 점검을 받으러 들어갔다. 명사님께서, ‘이 정도면 단전을 느꼈겠는데요’라고 하셨다. 생활 속에서 의수단전을 하면서도 확신을 갖진 못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뻤다. 그러면서 바로 대맥으로 승급했다.

2년간 수련에 대한 확신도 기감도 없었다. 솔직히 수련이 매일 같게 느껴졌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었다. 하지만 첫 대맥 수련에서, 운기한다는 심법을 걸자마다 단전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기운이 운기되는 것을 분명히 느끼면서, 내 수련의 또 다른 시공간이 열렸다.

와식, 좌식 합쳐서 2년. 남들보다 느렸지만, 솔직히 내가 그 기간을 마냥 허투루 보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와식 때는 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습 속에 사는 것을 자각했다면, 좌식 때는 그 원인이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이후 수련에서도 이 방향으로 공부가 많이 작용했다. 진도는 느렸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와식 좌식에서 했던 것 같다. 이때에 그만 두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지금도 대단한 도를 이룬 것도 아니고, 여전히 진도는 느리다. 하지만 과정 속에서 하나씩 얻어가면서, 나는 많이 바뀌었다.

갈수록 수련이 하루 잘되고 하루 안 되는 것에 크게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수련이 잘 안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를 찾아서 내 자신을 바꾸고 닦는 게 수련의 과정이었다. 그렇게 수련이 잘 안 풀릴 때에 더 정성을 기울이고 노력해야지만, 수련에 발전이 있었다. 수련이 잘된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고 마음을 풀어버리면, 큰 관점에서 내게 좋지 못했다.

결국 과정에 집중하고, 진도 보다는 내 자신을 빛을 밝히고 바뀌어 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참 행복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내가 수련을 못한다,고 느끼며 힘들기도 하고, 수련이 빨리 잘 되는 사람보면 부럽다. 하지만, 되도록 마음의 방향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

말로 생각으로 하는 것은 쉽지만, 몸으로 실천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것에는 오랜 시간의 정성과 땀이 필요했다. 솔직히 와식 좌식 때는 언젠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는, 꼭 와식 좌식 체험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온양은 끝내고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 대주천으로 승급하여 마침내 그 때가 온 것이다. 나보다 더 큰 어려움을 뛰어넘고 모범이 되는 도반들도 많겠지만, 혹시나 나 같은 도반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싶어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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