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나 지금 충전중이야!

글쓴이: 방여운



석문호흡 영통지원
단계: 온양
방여운 도반



저는 올해 서른두 살의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여성입니다.

몸은 마르고 좀 약한 편이고, 성격은 본래, 흔히 말하는 소심하고 예민한 ‘소문자 a형’의 전형적인 표본에 속한다고 해야겠네요.
어릴 때는 착한 딸, 학교 다닐 때는 모범생에, 직장에서는 꼼꼼하다 못해 게으름이나 빈틈을 보이기 싫어하는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늘 제 자신보다는 남이 나를 어찌 생각할까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자신감도 부족하고, 사소한 일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잠도 못자고 속으로만 끙끙거리고 소화불량이 걸리기 일쑤였답니다.

제가 석문호흡을 만난 건 2006년이 저물어가던 무렵이었으니, 벌써 5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러고 보니 자발적으로 뭔가 한 가지를 이렇게 오래 해보는 것도 처음이네요. 학원을 다닌다거나 인터넷동호회 활동을 해봐도 빠지는 날이 더 많고 길어야 두 세달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인기피증이라고 할 만큼 낯선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이야기도 잘 꺼내질 못했었답니다. 그런 제가 스스로도 재미없고 답답해서 성격을 좀 바꿔보려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일부러 사람들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해봤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어느 쯤 에선가 다시 공허해지고 그저 모든 일이 지치고 소모적이라고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만나게 된 석문호흡 수련은 방전되어 있던 저에게는 마치 ‘충전기’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날은 아는 동생이 물었습니다. “언니, 젊은 나이에 재미있는 다른 것들도 많은데, 그 뭐 가만히 누워있거나 앉아있기만 하는 게 뭐가 재미있어?” 그 질문에 저도 웃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재미없어 보이고, 지루할 것만 같은데 그걸 벌써 4년 넘게 하고 있다니 저 역시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뭔가 있으니 이렇게 오래도록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가면서 ‘숨을 쉬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지난 4년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몇 가지 정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수련에는 각각의 단계가 있는데, 맨 처음 누운 채로 석문혈에 단전파스를 붙이고 이완과 아랫배 호흡을 느껴보던 와식단계는 한 마디로 저에게는 ‘밑 빠진 독을 메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심신이 극도로 지쳐서 직장생활도 하기 힘들고, 삶의 의욕도 의미도 바닥난 상태에서 가장 기초적인 기력부터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었지요. 긴장과 스트레스로 말도 못하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은 때에 이렇게 다 내려놓고 가만히 누워서 내 자신만의 호흡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고, 심지어는 코를 골며 잠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단전자리가 잡히면 비로소 앉아서 수련할 수 있는 좌식단계가 되는데, 이때는 뭐랄까 ‘인내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좌식 때 만난 도각법 행공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그 누구라도 끈기와 인내를 가지게 하지 않나 싶은데, 그 힘이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발견하게 됩니다.



밑 빠진 독을 메우고 나니, 다시 뭔가를 좀 해보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 쉬었던 직장도 다시 나가게 되고 여러 가지로 좋아졌는데, 말 그대로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시작했으니 조금 더 참고 ‘노력해보자는 의지’가 샘솟는 때가 그 다음 대맥운기수련이었습니다. 그 사이 실제로 몸도 마음도 힘이 많이 생겼는지,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그전과 다르게 ‘능동적인’ 면을 스스로 찾게 되니 내가 직접 주체가 되어 뭔가 하고싶어 한다는 사실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수련을 하면서 보이지는 않지만 기감이라든지, 감정변화라든지 실질적인 변화들도 직접 느끼고 경험하게 되니, 하는 만큼 더 자신감도 붙고 매력도 느끼게 되면서 솔직히 이전에 가지고 있던 단전호흡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부정적인 선입관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 지요. 그러면서 저절로 좀 더 깊이 있는 수련도 하게 되고, 그만큼 더 큰 변화도 가져오게 되고, 어쩌면 개념을 가지고 본격적인 수련을 하기 시작한 건 3년쯤 되었을 때 그 무렵 같습니다. 바로, ‘소주를 천 잔은 마셔야 할 만큼’ 힘들다는 소주천 수련을 할 때인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정말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전의 도각법 행공만큼이나 화진법 행공도 그렇고, 이름 그대로 엄청난 불(火)기운에 제 안에서 온갖 쓰레기들을 다 태워 에너지로 만드는 ‘열병합발전소’가 돌아간다고 표현하면 적당할까요? 그래서, 수련을 하다가도 몇 번을 뛰쳐나가서 바깥바람에 열을 식히고 돌아오곤 했었답니다. 참으로 모순인 것은, 그 힘든 것이 몸보다는 마음이어서, 이상하게 힘들수록 더 활활 태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데,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지금 이렇게 죽을똥!살똥! 땀을 뻘뻘 흘리며 견디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때는 그 덕분에 살 것 같았습니다. 흔히들, 홧병이라고 하지요? 내안에 풀어내지 못하고 그렇게 많은 것들이 쌓여있는 줄 그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아프지만 기쁘기도 했습니다.

이제야 내가 나를 좀 봐주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누구나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어릴 적 가정환경이라든지 아픈 상처라든지 뼈에 사무치는 분노라든지, 결국엔 내가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한 원망과 한(恨)을 안으로만 안으로만 삭히다가 꺼내보지도 못한 커다란 응어리로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 뚝뚝 흘려본 경험들 말입니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힘든 고비를 거치면서 제 자신이 단단해지고 커져있음을 알았습니다. 담금질을 거쳐 쇠처럼 강해졌지요. 용기도 생겼습니다. 제 목소리도 내고, 제 이야기도 풀어내고, 화도 내보고,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생겨났습니다. 저는 그것을 제 자신에게는 ‘광복(光復)’이라고 표현합니다. ^ㅡ^ 하하-



그리고, 어느 덧 수련을 시작한지 4년 7개월쯤 되었는데 현재는 온양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온한 기다림’의 시기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직장에서 경력도 쌓이고 승진도 하고, 생활도 균형을 이뤄가면서 평범하지만 고맙고 소중한 일상입니다.

하루를 열심히 살고, 퇴근 후 두 시간 정도 도장에서 보내면서 충전과 함께 스스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도 100% 제 자신만을 위해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숨만 쉬었을 뿐인데,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그런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간혹 힘들거나 통증이 있을 때 진정시키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거나 심호흡을 하게 되는데, 늘 쉬는 숨이라 잘 모르고 있을 뿐 그 숨이라는 것이 저절로 알아서 제 역할을, 그것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호흡수련을 통해서 기력이 많이 좋아지는 것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 제 자신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좀 더 잘 알게 되니 나와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에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가 여겨집니다.

실제로, 회사에서 이전에 비해 업무가 3배 정도는 늘어났는데, 예전 같았으면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너무나 힘들었을텐데 잘 해내고 있는 걸 보면 지구력이 참으로 많이 늘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직장상사로부터 가장 부족했던 부분에서 이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니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지금도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에 가슴도 답답하고, 뒷목도 뻐근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늦더라도 도장에 가서 행공과 더불어 복부맛사지와 회건술도 꼭 챙겨서 하는 편입니다.

언제나 바쁜 일상보다도 더 바쁘게 쫓기는 마음에 정말 제대로 된 휴식은 늘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잠을 잘 때에도 머릿속 CPU가 쉼없이 돌아가고, 특히 일요일 저녁이 되면 벌써부터 다음 날 출근 생각에 긴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기계도 아니고, 무한리필 카트리지를 장착한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 방전되는 일상을 보내면서 잠시 눈을 감거나 파란 하늘을 한 번 바라보는 여유도 갖지 못합니다. 늘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하고, 뭔가를 이뤄야하고,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하면서 밖으로만 밖으로만 향합니다. 그러한 삶 속에서, 1년 365일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석문호흡이 있어서 무척 다행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얼마 전, 저의 절친이 제게 물었습니다. “넌 수련을 왜 해?“
그 친구는 제 오랜 햇볕정책(?)으로 함께 수련을 하게 된 친구인데, 갑자기 물으니 뭐라고 답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루 중 한두 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자신으로 돌아와 그 때만큼은 어떤 역할이나 의무, 책임감도 모두 내려놓고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의’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말이지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야하는 삶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움직이는 만큼 나와 주변이 좀 더 나은 삶이 된다면 그것 참 괜찮은 ‘숨쉬기 운동’ 아니냐고 말이지요.

앞으로 또 어떤 변화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좀 더 오래오래 이 길을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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