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행도담

3. 모든 대립되는 것들의 부상2

글쓴이: 도담지기



석문사상 증보2판


3. 모든 대립되는 것들의 부상2

1) 이념과 가치의 대립

이밖에도 제3세계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지역적인 차이와 경제개발 정도의 차이, 혹은 의회민주주의에 기초한 개방된 사회를 갈망하는 사람들(신권력)과 독재권력의 향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구권력) 사이의 갈등,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 분열 요소로 내재해 있다.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복지혜택과 국가재정을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 빈부 격차에서 비롯된 계층 간의 갈등 등 여러 가지 분열 요인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도 계층 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갈등을 보였다. 확대되는 의료보험 재정 부담을 누가 책임지게 될 것인가를 두고 각자의 이해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층 간 갈등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쟁으로 번져 급기야는 재정적자 법정 한도액에 대한 의회 심의를 국가부도 시한까지 지연시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트럼프의 대선캠프는 역점 공약으로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폐지’를 내걸었고, 대통령 당선 이후 실제로 오바마케어 폐지를 1호 법안으로 상정하고 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AHCA)’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회에서 두 차례나 부결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 오바마케어 폐지, 후(後) 대체법안 마련’이라는 공화당의 우회적 결정에 동의함으로써 오바마케어 폐지를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은 극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노선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반(反)이민 정책(무슬림의 입국 제한)’ 또한 미국 법원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오바마 시대의 미국이 이끌었던 미국 중심의 국가 간 결속력은 트럼프 시대가 열린 이후 그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향된 미국우선주의 노선과 국내외에서 모두 좌충우돌하는 식의 국정 운영으로 인해 겉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듯했던 다른 국가들도 내부적으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노선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지구상의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일방적 논리 끝에 탈퇴했으며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미국의 우방들마저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 주는 독단적 미국 우선주의는 오히려 미국 중심으로만 묶여지는 흐름과 형국이 이제는 더 이상 최고의 국제질서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또한 현 시대를 이끌어 갈 이념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후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일본에서는 민주당이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내각이 빈번하게 교체되고 국가 지도력이 부재한 가운데 대지진을 맞아 국가위기가 가중되면서 다시 우경화의 흐름이 고조되었다. 이후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일본 자민당은 불황 타개를 위한 강력한 양적완화 시도, 헌법 개정 추진, 방위 예산의 지속적인 증액 등을 통해 일본의 부활을 모색했다. 그러나 사학 스캔들과 재무성 문서조작 사건이 드러나며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들의 개헌 반대 등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이 배제된 모양새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일본 조야(朝野)에서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있어 일본의 위상과 역할이 전과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이 새로운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관세 예외 대상국에 한국을 넣고 일본을 제외하자 아베 총리가 심혈을 기울였던 미국과의 동맹 관계마저 퇴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까지 일어나면서 외교적 혼란까지 가중되었다.

한국에서도 여(與)와 야(野),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노(勞)와 사(使),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남북분단에서 오는 긴장감은 여전하다.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남북 간의 긴장 국면도 날로 심화되어 금강산 관광로 폐쇄 이후 제3차 서해교전이라 할 수 있는 대청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 대치국면이 이어졌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3차에서 6차에 이르는 핵실험,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건, 서부전선 포격사건, 개성공단 폐쇄,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첨예한 대립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은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형국이 되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북한을 어떤 가치관과 관점으로 대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남남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2017년의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대립 양상은 정치적 양극화로 극명하게 드러났고, 탄핵정국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오래 묵은 한국 사회의 논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많은 사회적 대립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문제를 우호적 관점에서 풀어 가려고 하는 새로운 정부 하에서도 분단 상황이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흐름과 형국은 2008년발 세계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일어난 경제위기가 정치, 사회의 혼란을 거쳐 종국에는 이념, 사상, 종교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보았을 때 변화의 흐름과 형국은 물질적형이하학적인 변화에서 출발하여 정신적형이상학적인 영역으로 이동해 가기 때문에 세계금융위기는 경제를 거쳐 정치, 사회, 이념, 사상, 종교로 넘어가고 결국에는 존재의 영역으로 귀결하게 될 것이다.

-다음 주제-
3. 모든 대립되는 것들의 부상 2) 사회 혼란과 정치불안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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