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전신주천을 마치며...

글쓴이: 이민경



전신주천 마치며, 채약 승급 체험기

1997년 5월 석문호흡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지금 2012년 12월이 되었으니 제법 긴 시간 수련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 더 긴 세월 수련과 함께 할 거라는 생각이지만...

심신에 좋은 운동을 부부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남편의 권유에 좋은 것을 그것도 부부가 함께하면 더 좋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단전호흡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수련을 접하게 되었다.

와식부터 이제 막 시작한 채약까지 여러 단계를 수련하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조금씩 조금씩 수련의 참맛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게으름도 피우고 슬럼프도 겪었지만 그래도 부부가 함께 수련을 하니 서로 힘이 되어주고 이끌어 주어 중도 포기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점은 남편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남편과 수련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더 사이좋게 잘 지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여러 부부들에게 수련을 권하고 싶은 입장이다.

전신주천을 마치며 일지를 쓰라는 말씀에 뭘 쓸까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련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와식에서 소주천까지는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저 왔다갔다 수련하며 지낸 것 같다. 그러다 온양 수련을 하면서 갑작스런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직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겪으며 마음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귀일법 막바지에도 심신의 고달픔을 엄청 겪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귀일법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래도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그 겪었던 아픔이 하나하나 쌓여 수련의 참맛과 삶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힘든 것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수련단계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기감이나 심득을 통해 재미와 마음의 충만함을 느꼈던 즐거운 기억도 많다. 그리고 선배 도반님들의 경험들을 들으며 나는 어떨까 했던 것들을 내가 그 단계 수련을 하면서 느낄 때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석문호흡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매 단계의 선배 도반님들이 계셔서 옆에서 보고 듣고 확인하며 수련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2005년 2월 전신주천을 시작하였다. 나의 긴 수련 생활의 거의 반을 전신주천 수련을 한 샘이다. 다른 도반님들에 비해 엄청 긴 시간 전신주천을 한 것 같다. 돌아보면 세월만큼이나 희로애락도 함께했던 전신주천 수련이었던 것 같다.

12경락과 기경팔맥을 운기하며 몸에 대한 공부도 많이 되었고 진기로 한 경락 한 경락을 운기하며 온 몸을 채우는 기감의 매력도 느끼는 시간이었다. 긴 시간이라 힘겹기도 했지만 분명 얻은 것도 많은 전신주천 수련이었다.



전신주천 수련은 나에게 마음공부, 내력 이란 단어를 몸소 느끼게 한 수련이었다. 물론 앞으로의 수련 단계에서도 더 큰 공부가 준비되어 있겠지만...
‘무고무도’이라는 말처럼 고를 겪으며 얻어지는 게 많듯이 나 역시 전신주천 수련의 긴 시간 중에 특히 기억나는 것들은 힘들었던 때를 통해 얻어졌던 체득들이다.
근종으로 개복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도 수술실에서 수련을 하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고, 회복도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빨리하면서 긴 시간 수련으로 다져진 몸이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공부도 언제부턴가 고가 오면 그 원인을 내 안에서 먼저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불비타인의 의미를 새기며 수련을 통해 조금씩 쌓여가는 내력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신주천 수련이 너무 오래 걸려 힘들긴 했지만 나름 얻은 것이 많아 나에겐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전신주천 수련이 길게 걸린 것은 나의 의지 부족과 게으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진작 깨달았으면 좀 더 일찍 전신주천을 마칠 수 있었겠지만 끝날 무렵에나 그 점을 절실히 깨달아 요즘 시작한 채약 수련은 열심을 내고 있다. 간만에 하는 새로운 단계라 재미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수련단계에서도 많은 공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다짐 한다 ‘초발심’과 ‘항상심’을 잊지 않고 매 순간 수련에 임해야 함을. 그리고 감히 권합니다. 후배 도반님들 저처럼 한 단계에서 너무 오래하시면 힘듭니다. 지금 이 순간 좀 더 마음을 내시고 박차를 가하셔서 즐겁고 충만한 수련이 되시기를...



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