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온양을 마무리 하며

글쓴이: 김정원



석문호흡 온양수련 체험기

인천부평지원 김정원

대학교 시절, 막연하게 수련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학교 단대 내에서 oo수련이란 단체에서 주최하는 설명회가 있단 팜플렛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알던 것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을까 하여 설명회를 들으러 가보게 되었다. 마음적인 것을 많이 이야기 들었지만, 무언가 와닿는게 적었던 것은 대학생으로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금전적 부분 때문이었을까, 아님 수련 단체에 대한 像(?)이 있어 무슨 수련에 돈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로 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찌되었건, 다른 단체들의 팜플렛도 많이 접해봐서 이끌림은 느꼈지만, 뭔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러다가 친정 오빠가 석문 한의원이란 곳을 알게 되고 수련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곳에 대한 이야길 듣게 되었고, 인터넷으로 석문호흡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검색도 해보았다. 여러 안티글도 있어 염려도 되었지만, 한의사들이 수련을 하며 진료를 한다는 것도 신뢰가 가는 부분 중 하나였고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병증이 있어 한의원에 내원해보니 다른 한의원과는 다르게 약은 안먹어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던 부분도 신뢰의 한 부분였던 것 같다. 수련을 하면 더 좋겠단 말씀과 함께..

처음엔 흘려듣다가 한번 3개월 정도 해보자는 심정에 입회를 하게 되었다. 수련을 하러 가보니 이건 뭐..너무 편안한거였다.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면서 확신은 없지만 불면증이 사라질 정도로 편하다보니 자꾸 가게 되었고 어느 날엔가는 본수련 때 여기가 엄마 자궁 속 아녔을까 하는 착각마저 들던 날도 있었다.

와식 땐, 워낙에 몸이 안좋았었는지 단전에의 기감보다 다른 곳에의 기감들(그게 기감인줄도 몰랐다. 원래 그런건줄로만 알았다..)을 더 잘 느껴 수련만 끝나면 한사님께 어디어디가 간질간질하고 꿈틀거리는 것도 같다며 왜 그런거냐고 질문공세를 퍼붓는 바람에 와식주천이란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오빠보다 나중에 수련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이 98% 찼다는 말을 듣고 담달엔 넘어가겠구나 했던 것이 그때의 공부였던 것 같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수련은 수치상으로 되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로부터 약 3개월 정도 더 했던 것 같다. 맘고생이 조금 이어지다 편안해지자 좌식 수련 시작하란 말씀을 듣게 되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좌식 수련 자체가 힘들었다. 행공은 어깨와 팔이 아파 죽을 지경에, 끝나고 나면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아픈 허리와 다리를 부여잡고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힘들었다.. 좌식 하던 어느 날, 주말에 가족과 외식을 하고 나서는 음식을 잘못 먹은건지 소화도 안되고 곧 구토라도 할 것처럼 위가 아팠다. 원래 위가 안좋았는데다 어릴적부터 구토를 자주 했었는데, 수련을 하고부턴 왠일인지 구토를 거의 안하게 되었었다. 그렇다보니 구토는 안하는 데 아프기에 끙끙대고 있자, 오빠가 수련하러 가자기에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면서도 따라갔다. 좌식행공을 3번하고 나면 나을거라기에 어찌되었건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그대로 3행공을 했더니, 헉.. 웬걸. 정말 거짓말처럼 싹 씻겨내려간 듯 멀쩡해지는 거였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3행공, 3행공 하는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그로부터 3개월가량 후, 대맥을 시작하라는 점검과 함께 그 다음날부터 또 대장이 아파 몸둘 바를 모르겠는거였다. 수련 중 화장실을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꼭 과민성 대장증후군 마냥 아프는거였다. 한사님께선 기운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선침을 붙여주시고선 수련 많이 해보라는 말씀과 함께 이런 때에 오해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들에 대해 이야길 해주셨기에, 믿고 수련에 매진했더니 2박 3일이 지나니 또 멀쩡해지는 거였다. 운기수련의 처음이여서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유통할 때 즈음이었나, 일을 시작하게 되어 수련을 조금 소흘히 하게 되어 집중도가 떨어지다보니 대맥 2분 운기를 질질 끌게 되었다.

소주천을 시작하면서, 대맥 때처럼 또 시작하자마자 방광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박 3일간 잠도 못자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병원을 가보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한번 대맥 때 경험해보았으니 믿고 지켜보다 안되겠으면 병원 가봐야지 하는 심산에 기다렸더니 또 3일 지나니 멀쩡. 소주천 때는 기감을 잘 몰라 좀 고생했었다. 얼굴이나 그런 부분들에선 기감을 어느 정도 느꼈었는데, 그 중간에는 일에 의식이 많이 빼앗겨있던 터라 수련에 대한 몰입도도, 마음도 소흘해서였는지 기감에 대해 도통 알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아기가 생겼고 일을 그만두면서 수련에 좀 더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수련 덕인지 아기도 수월하게 낳은 것 같다. 아기 낳고선 곧 유통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때, 아..판단하면 안되겠구나 조금 느꼈다. 아기 낳고나면 기운이 많이 빠져서 기운이 안갈거라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수치적인 개념 아니었나 싶다. 유통되고선 몸조리 하느라 수련에 매진은 못해도 틈틈이 수련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몇 달 후, 온양을 시작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온양.. 너무 힘들었다. 내가 정리할 게 그리 많은 사람일거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난 나름대로 똑똑하다 생각했고, 잘할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다. 몸은 몸대로 반응이 빨라 힘들고,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는 느낌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아..이래서 온양수심고라 하는구나.. 처음부터 제대로 열심히 매진했더라면 아마 겪지 않아도 되었을 수심..투자는 없이 얻으려고만 하는 내 욕심에 내가 치여서 힘듦을 만들면서 온양을 지내온 것 같다. 내가 만들어온 세상 속에서 살아온 느낌. 그 벽이 허물어지자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은 내 모습..내가 싫어지기도 했다. 애처롭기도 하고..무언가 모르게 그냥 나란 존재가 살아온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전 단계에서 느꼈던 것들과 많이 달라 더 힘들게 느꼈고, 또 더 값지게 느꼈던 것 같다. 원래 위가 안좋았었는데 온양에서는 섭생이 조금 안좋았다 싶으면 바로 머리가 아파 드러누울 지경이었다. 또 어떤 날은 온 뼈마디가 쑤시는 듯 아프고 식은땀까지 나 끙끙소리가 저절로 나는..여태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몸살 같은 경험을 하루 종일 겪는 날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나의 생활에 점점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그런 것들이 이어져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들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심리적으로 좋지 않을 때에도, 초반에는 수련에 소흘하게 되다가 갈수록 나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내가 몸, 마음,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집안 살림도, 육아도 지쳐 힘들어지는걸 느꼈기에..그게 나만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기에..) 생각에 시간이 흐를수록 수련을 절실한 마음으로 점점 찾게 되었다. 맘적으로 힘들 때, 한사님이 모든 것을 뒤엎어 보라고..뒤집어 생각해보라고..해왔던 것과 반대되게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아니야~!그럴 수도 있어~!!’라고 생각해보라든지..그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를 수 있단 걸 조금씩 알아가게 된 것 같다. 받아들이지 못하던 옹벽 같은 내 마음들도 하나 둘 내려놓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고.. 그래서였을까, 본수련 때 무언가 모를 감동이 밀려오기도 하고 내가 대견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감정이든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데, 그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의지를 세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결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런 것들이 쌓이자 나의 수련이, 또 생활들이 수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온양을 하면서 수련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던 건, 아마도 정기신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려는 전환점들에 심적, 육체적, 정신적 고를 겪었던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한 번 고를 겪고 나면 심적, 정신적으로 성숙된 것 같은 나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물론 그 후에도 또 시험은 계속되지만..) 와식부터 지금까지 왜이렇게나 눈물이 나는지..고를 고라 여길 수 있었을 때 뿐만 아니라 아무런 표면적 이유가 없다 싶은 때에도 수련 때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왜 그런지도 모른채.. 지금와서야 드는 생각이, (이것은 일부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지만)내가 나를 인정치 못하고 나 자신으로써 살아가지 못하다가 나를 인정해주는 과정이 수련이었기에,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다보니 맘 속 한켠에 자리잡았던 설움들이 그렇게 북받쳐 올라왔던 것 아닐까 하고 짐작해본다.

온양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이 시점에서 나를 돌아다보면, 변화가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왔던 것 같다. (어떤 날은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했지만..) 그런 변화들은, 쉽게 화내거나 짜증부리면서도 감정은 한편 드러내지 않으려 나 자신을 속이고 단절하던 것에서,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면서 되려 속이고 단절할 필요를 적게 느끼는 것과 말할 때 좀 더 내 공부와 상대방의 형편을 생각하고 얘기하려 노력하는 것,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나 스스로 좋아지게끔 기다릴 줄 아는 인내,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알 때 행하거나 말하는 것. 자만심과 자괴감 같은 양면성을 줄여나가고 존중하려 애쓰는 것. 주변의 일들을 전보단 조금 신중하게 보고 들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 나 자신에 대한 확신.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그건 내 과정의 일부일 뿐이고 공부에 필요한 부분이었을 거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 그러기 위해 주변에 의식을 두기보다 내 안에로의 집중, 의수단전을 하려 노력하는 것 등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삶의 우선순위에 수련을 두게 된 것. 수련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숱한 과정들을 겪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것들은 나를 제대로 찾아가기 위함임을 믿고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이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임을 인정하려 애쓰며 모두가 지금처럼 눈부신 발전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 근본자리를 찾아 내가 왜 이 세상에 왔고, 이런 선택들을 해왔으며,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내 소임이 무언지 알고 싶고 그 때까지 끊임없이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노력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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