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삶과 수련, 그리고 도성구우

글쓴이: 최민호



석문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동래 도장에서 온양 수련 중인, 학원 강사 최민호(43)라고 합니다.

저는 올해부터 재수생 종합반 담임을 새롭게 맡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다른 학원에서 몇 번 담임을 했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온 적은 없었습니다.

우선 수업에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힘이 느껴집니다. 학생들을 휘어잡는 힘이 올해 유난히 강합니다. 지난 17년 동안 언제나 활력 넘치는 수업을 했지만, 올해는 그 힘과 생동감에서 확실히 다른 뭔가가 느껴집니다. 학생들이 제 수업에 아주 강하게 빨려들어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원래 저의 꿈은, 지금은 작고하신 이기동 씨 같은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었는데요, 비록 코미디언은 못 되었지만 수업 시간에 코미디언 못지 않게 학생들을 웃깁니다. 미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즉석에서 많이 웃기는데요, 이 또한 제가 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침에 출석 부를 때 전체적으로 한 번 보면 그 날 우리반 아이들 개개인의 상태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서 각자에게 맞는 상담을 해 줍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긴 학생들을 바로바로 불러서 고치려고 했었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 학생이 어느 정도 더 마음을 뺏기게 둡니다. 그러다 보면 그 자신이 '아, 이건 아닌데…….' 하며 느낄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저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불러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눕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자신의 잘못을 깊이 깨닫고 다시 공부에 매진하게 됩니다.

1년 전부터 저와 언어 영역 공부를 하고 있는 고3 남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이 녀석에게 독서를 권하면, "그건 ×쓰레기나 하는 짓이죠."라고 말한다거나 공부할 때 아주 불량한 자세로 앉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자존심이 상해서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의 언행과는 다른, 그 아이의 순수하면서도 약한 모습을 느끼곤 했었기에 때를 기다렸습니다.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어느 날, 그 아이와 통화하는 친구의 목소리만 듣고 전화 속 친구의 신체적인 특징, 성격과 생활 태도, 심지어는 전교 등수까지 족집게처럼 정확히 맞혀 버렸습니다. 거기에 놀란 이 녀석이 비로소 자신은 어떤 사람 같냐고 물어오기에, 겉으로는 매우 강한 척하지만, 깊은 내면은 상당히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 그걸 감추기 위해서 항상 강한 척하며 말과 행동을 거칠게 하는 것이고, 그것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약한 마음에 또 강한 척 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평생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남에게 들킨 적이 없었는데, 오늘 들켰다며 어떻게 해야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멋진 사람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제게 묻더군요. 그 날 이후 그 녀석 제게 많이 공손해졌습니다. 더불어 그 녀석의 귀여운 장난과 애교도 많이 늘었습니다. 하하하!

어느새 저는 과거의 성급함에서 벗어나, 대화와 충고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그 절묘한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저는 우리반에서 아침마다 석문 호흡으로 명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종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아무 반발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하는데,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의 반응이 정말 뜨겁답니다. 그리고 몸에서 어느 부위가 안 좋은지를 물어 보고 거기에 좋은 행공 동작도 한 가지씩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온양’인데도 사람들에 대한 감화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면, 윗단계로 올라갈수록 제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까지 변화할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사실 그래서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조급함은 늘 부작용을 낳았기에 한 호흡 한 호흡에 온 정성을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활 속의 도성구우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체득(體得)한 것과 그로 인해 밝아진 내면의 빛을 먼저 내 주변부터 전하고 나누기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양쯔강 같은 큰 강물의 근원도 술잔을 띄울 만큼 가늘게 흐르는 시냇물에서 출발하듯이 나와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내면을 깊이 응시해 보면 저마다 신성(神性)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세속적 욕망의 늪에 빠져 그것을 평생 숨겨만 두고 세상에 내보이기는커녕 그 자신조차 애써 외면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리하여 외면의 화려함만 좇다가 한평생을 무의미하게 보내게 되지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삶의 허무를, 마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양 여기며 일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질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내면의 심연(深淵)…….

우리는 열심히 수련해야 하고, 그로 하여 밝아진 우리의 빛을 세상과 나누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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