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온양수련을 마무리하며

글쓴이: 권숙자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어.. 아니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지금의 불안정한 내 모습이.. 이젠 너무 싫어..’
공황을 겪은 지 10년이 되던 해...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치료와 노력은 매번 계속 반복되었다.
나는 더 이상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으며 마음속깊이 좌절감과 무력감 그리고 우울감에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공황모임 회원분이 지나가는 말로 “석문호흡 한번 해봐. 난 그걸로 공황을 극복했어”라고 하던 말이 문득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즈음 나는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책들을 읽으며 점점 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나도 컸었다. 현실과의 괴리도 당연히 너무나도 컸고, 계속해서 더 많은 명상관련 책들을 읽으며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어쩌면 공황이라는 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증상에 불과하고 그 내면에는 어릴 적부터 공허함에 시달리고 아픈 엄마를 보며 삶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나의 몸 상태는 만성 소화불량, 의욕저하 상태였고 매일 반복되는 우울함과 무기력감이 가장 컸다. 이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욕구는 강하였으나 현실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이것만 털어 버릴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하나 남아있었다. 현대의학으로는 신경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애매모호한 몸과 마음을 가진 상태였다.

그렇게 2006년 12월 어느 날 아침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석문호흡을 검색하여, 석문한의원과 함께 “현”이라는 곳에서 치료와 석문호흡을 함께 하게 되었다.



<<와식을 시작하다>>

나는 와식단계가 가장 힘이 들었다. 머리로는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몸이 너무 약해져 있었기에 행공동작도 힘에 버거웠고, 누워 있는 것 자체도 곤혹스러웠다. 또한 예민해져 있는 심리상태로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행공을 하고 본 수련을 하는 시간들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더 이상은 물러 설 곳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 3개월은 탐색의 시간이었다. 이곳은 과연 믿을만한 단체인가? 석문호흡이 어떤 것인지.. 또한 이것은 안전한 수련법인지.. 끝임 없이 올라오는 의문투성이인 상태에서 한사님께 “천서”라는 책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나중에 읽기를 권하셨다. 그 시간 그나마 믿음이 갔던 건 수련을 하는 한사님들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사람의 눈빛보다도 진중했고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정감에서 알 수 없는 믿음이 갔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단전파스를 붙이자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되는 듯하여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천서를 처음 읽던 날.. 하루 만에 다 읽고 “아! 이런 수련법도 있구나..”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체계적인 수련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정말 열심히 수련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집에서 행공을 끝내고 본 수련을 하는데 왼쪽손이 두 번이나 들썩일 정도로 강한 기운이 단전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온몸을 들썩일 정도로 강렬했던 기운의 정체가 단전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점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와식 내내 끊임없이 올라오던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로 수련을 못할 정도로 울었던 기억도 난다. 내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수련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억누르고 있었던 걸까, 감정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울고 웃었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좌식을 시작하다>>

앉아서 하는 것이 적응이 잘되지 않아 좌식이 끝날 때쯤이 되어서야 적응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힘들게 수련을 한 것이 빛을 발하는 듯 수련이 잘되는 날은 머리가 너무나도 맑았고, 무엇보다 집중이 잘 되었다. 점검해주셨던 문사님이 “서서히 유리병에서 도자기가 되어간다”라고 했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흔히들 얘기하는 수련을 하며 느끼는 내가 없어지는 듯한 느낌.. 혹은 무아의 경지도 맛보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한참동안 그 느낌을 찾으려고 수련을 한 적도 있었다. 점검해주셨던 문사님께서 “그건 하나의 느낌입니다. 거기에 너무 빠지지 마세요”라는 충고를 해주셨다.



<<대맥을 시작하다>>

대맥수련을 하며 나는 점점 더 힘을 얻기 시작했고, 이젠 나의 내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척 많이 들었다. 그래서 수련을 하며 일을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말처럼 일을 하며 수련을 계속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결론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은 수련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다시 수련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본원 “현”에서 그 이후로도 몇 년간 수련을 하다 송죽지원으로 다시 옮겨 처음부터 다시 와식수련을 하게 되었다.



<<송죽지원에서 와식부터 다시 시작하다>>

처음엔 조금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어찌 보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석문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것 같았다. 와식단계부터 현에서 마지막 점검을 받았던 우대맥 까지는 별 무리 없이 수련이 진행되었다.



<<소주천을 시작하다>>

소주천 중간 즈음에 나를 이루는 모든 것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던 엄마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슬펐다. 항상 아프셨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엄마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주셨던 분이셨다. 아픈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어린 내 가슴을 항상 짓눌렀다. 어린마음에 도움이 될 수 없었던 절망감과 허탈감 그리고 우울감으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철이 들고 어느 순간 아픈 몸으로 엄마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셨는지 또 막내인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주셨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가 누워계셨던 몇 달 동안 만날 때 마다 기운을 보내드리고 배를 풀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셨다. 마지막 몇 달은 겨우 눈만 뜨셨지만 갈 때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엄마 고마워.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요. 엄마 사랑해. 아무 걱정 마.”라고 얘기해 주었다. 엄마를 보내드리며 내가 수련을 하는 게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엄마를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보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은 아팠지만 내 속에 있는 말들을 엄마에게 들려주며 차츰 나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절망감과 무기력감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온양을 시작하다>>

온양은 나에게 다가온 큰 위기의 시간이자 변화를 요구하는 단계였다. 내가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나의 한계치를 봐야했고, 받아들이고, 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를 몰고 갔다. 앞으로 남은 단계도 많은데 온양단계에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들이밀며, 직시하라고.. 그리고 도망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고 느꼈을 때, 수련만 하면 눈물이 났다. 난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몰아붙이는지.. 자신이 없었다. 한편으론 지금까지의 수련으로 쌓아온 것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듯한 공허함이 들어 두려웠다. 지금까지 마음의 고가 올라 올 때 마다 그에 맞는 책을 본다던가 글로 정리를 해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도무지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오직 행동으로 지금의 상태가 정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두려워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관념적인 사고에 너무 많이 치우쳐져 있었고, 모든 것을 행동으로 알아가기보다는 머리로 정리를 하며 그것이 전부 내 것 인줄 착각하고 있었다. 실제적인 행동으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것이 왜 그렇게 자신 없고 두려웠던지......

결국 점검날 문사님께 120일 매일 3행공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받게 되었다. 특단의 조치를 받은 첫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결국 알고 있으면서 하지 못해서 화가 났고 창피했다. 처음 한 달은 너무 힘이 들었다. 하지만 힘이 든 가운데 의지를 내어 수련을 해서인지 기운의 변화가 컸고, 거의 하루 6-7시간을 수련에 할애하며 정진하였다. 두 번째 달은 수련과 동네 역사를 함께 해보았다. 심법을 걸고 동네를 한 바퀴씩 돌고 집에와 마무리 수련을 하니 단전이 뱅글뱅글 돌아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세 번째 달부터는 차츰 조금씩 안정을 되찾게 되었고, 마지막 달이 되니 몸과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온양수련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힘이 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다보면 언젠가는 힘든 것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젠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지나갈 거야~ 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120일 매일 3행공은 나를 변화시켰고, 그 끝에 온양 구슬이 떨어졌다.

뒤돌아보면 삶의 여정에서 찾아온 절망과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수련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끝내 지독한 좌절만을 되풀이 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 시간 수련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고,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수련과 함께 견뎌 낼 것이다. 그리고 그 고를 통해 언젠가 나 자신이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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